지식보물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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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美무인기 북한기로 오인해 격추 직전…두루미 발령 초유 사태

접경지역 상공에 나타난 미확인 무인기, 군은 방아쇠에 손을 올렸다

한미 연합훈련 중 우리 군이 미군 무인기를 적 비행체로 오인해 격추 일보직전까지 갔던 사건이 30일 발생했다. 북한 무인기 침투에 대비한 최고 수준의 방공작전 태세인 '두루미'가 발령됐고, 방공포를 비롯한 모든 대공 전력이 총동원됐다. 자칫 연합훈련 참가 전력을 아군이 직접 격추하는 초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문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미 간 정보공유 체계 전반에 구멍이 드러났다. 서로 통보했다·안 받았다 말이 엇갈리는 상황. 군 당국은 전 과정을 재검토 중이지만, 이미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피 소동까지 겪었다.

경기 파주 접경지역 상공을 비행하는 무인기 감시 장면 (열상감시장비 TOD 화면 이미지)
📷 출처: Pexels / 光术 山影

KMEP 훈련 중 나타난 미 해병대 무인기, 군은 몰랐다

30일 오후 경기 파주 전방 지역.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인 'KMEP' 훈련에 참여 중이던 미 해병대는 고정익 정찰 무인기를 띄웠다. 훈련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우리 군 당국은 이 비행계획을 전혀 알지 못했다.

우리 군 전방 부대는 열상감시장비(TOD)와 레이더로 해당 무인기를 포착했다. 식별 결과는 '미확인 비행체'. 휴전선 부근에서 무인기가 날려면 반드시 육군지상작전사령부나 공군작전사령부에 사전 비행계획을 통보하고 승인받아야 한다. 절차는 명확하다. 그러나 이 무인기는 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무인기를 발견했으나 아군인지 적군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 순간 군은 선택해야 했다.

두루미 발령, 방공포 조준…격추 일보직전

육군지상작전사령부는 해당 무인기를 공중 위협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적 무인기 대응 방공작전 태세인 '두루미'를 발령했다.

두루미는 북한 무인기 침투에 대비한 작전수행체계다. 발령 즉시 인근 모든 방공 전력이 총동원된다. 방공포·대공미사일·요격기 등이 언제든 격추 명령을 받을 수 있는 상태로 전환된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방아쇠에 손이 올려진 상태.

하지만 추적 감시를 계속하던 군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무인기의 형태와 비행경로가 북한 무인기와 달랐다. 착륙 지점까지 끝까지 추적한 결과, 최종적으로 미 해병대 소속 무인기임을 확인했다. 아군이었다.

두루미 발령 시 가동되는 방공포 및 대공 무기 체계 개념도
📷 출처: Pexels / Sipal Photography

한미 간 말이 엇갈린다. 누구 말이 맞나

비행계획 공유를 두고 한미는 서로 다른 말을 한다.

  • 주한미군 측 입장: 연합훈련 참가 전력인 해당 무인기의 비행계획을 미리 한국군에 공유했다.
  • 우리 군 입장: 이를 승인한 적이 없다.

정보가 전달됐는가, 승인 절차가 누락됐는가, 아니면 전파 체계에 문제가 있었는가. 현재 군 당국은 미군의 무인기 비행계획 통보와 승인까지 전 과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전파가 제대로 이뤄진 것이 맞는지 확인 중이다.

주한미군도 이번 사건을 '사고(incident)'라고 공식 표현하며, "미 해병대는 사고를 둘러싼 경위를 평가하고 있고, 한국 해병대 및 관련 지역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접경지역 주민들, 대피 안내 받고 혼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민간인출입통제선 인근 마을 이장들은 긴급 문자를 받았다. 무인기가 식별됐다는 소식과 함께 주민 대피 안내가 내려온 것이다. 북한 무인기 침투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주민들은 대피에 나섰다. 그러나 약 1시간이 지나서야 군 당국은 공식적으로 해당 무인기가 북한 무인기가 아닌 미 해병대 무인기라고 밝혔다. 혼란과 불안은 이미 퍼진 뒤였다.

접경지역 민간인출입통제선 안내판 및 마을 풍경

한미 정보공유 체계 전반 점검 불가피

이번 사건은 단순 해프닝이 아니다. 한미 간 정보공유와 승인 체계 전반에 난맥상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훈련은 정례적으로 실시되는 작전이다. 그런데 훈련 참가 전력의 비행계획조차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면, 실전 상황에서는 어떻게 되겠는가.

군 관계자는 "현재 미 해병대 무인기의 비행계획 전달 과정 전반에 관해 확인하고 있고, 확인되는 대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설명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재발 방지 대책과 체계 점검이 필수다.

무인기 식별 체계, 아군·적군 구분 기준 강화 필요

무인기 기술은 빠르게 발전 중이다. 북한도 여러 차례 무인기를 침투시켰고, 우리 군은 그때마다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에는 아군 무인기를 적으로 오인했다. 식별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TOD·레이더 등 감시 장비의 식별 정확도 향상
  • 한미 간 실시간 정보공유 시스템 구축
  • 비행계획 승인 절차 명확화 및 자동화
  • 아군 무인기 IFF(피아식별장치) 장착 의무화

이 모든 조치가 실행되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정말로 격추 사고가 날 수 있다.

결론: 연합훈련 중 아군 오인 격추 직전, 체계 점검 시급

30일 발생한 미 해병대 무인기 오인 사건은 한미 연합방위 태세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훈련 참가 전력조차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고, 군은 아군 무인기를 적으로 오인해 격추 일보직전까지 갔다. 두루미가 발령됐고, 방공포가 조준됐다. 자칫 초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한미 간 정보공유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비행계획 통보·승인 절차를 명확히 하고, 실시간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무인기 식별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다음에는 진짜 격추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군 당국은 확인되는 대로 설명하겠다고 했다. 설명보다 중요한 건 재발 방지다. 연합훈련은 우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 전력을 우리가 공격할 뻔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